추천도서

인생을 건너는 한 문장

INTEGER BOOK 2024. 10. 4. 11:53

 

문장을 하나씩 늘려가며 글을 쓴다. 아직 완성은 아니다. 연필을 내려놓는다. 지우개를 든다. 지우개로 글을 마저 쓴다. 내가 쓴 문장을 내 손으로 지운다. 지운다. 지운다. 더는 지울 것이 없다. 지우개똥 곁에 살아남은 문장 하나가 보인다. 이것이 책을 쓰며 내가 한 일의 전부다. 나는, 누가 훔쳐갈 것도 아닌데 꼭꼭 숨어서 이 일을 즐겼다. -여는 글(5쪽)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그 불로 커피를 끓여 마셔라
호떡집에 불났을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줘라.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어떤 순으로 해야 할지. 조급은 모든 걸 망친다. -21쪽

세상에 없는 것은 있을 필요가 없으니 없는 것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귀한 진실 하나. 당신은 꼭 필요한 사람. -26쪽

‘늘’이라는 글자엔 수평선이 있고
‘길’이라는 글자엔 수직선이 있다
수평선은 흔들리지 않음. 수직선은 주저앉지 않음. 수평선과 수직선이 교차하여 한 몸이 되면 더하기 기호를 그린다. 인생은 흔들리지 않음 더하기 주저앉지 않음. -40쪽

북두칠성을 보며 자란 아이는 일곱 개의 꿈을 꾼다
1인 1꿈. 이런 법은 없다. 가슴 크기만큼 넉넉히 꿈을 품어라. 꿈 하나가 별똥별이 되어 지더라도 다음 꿈이 어서 오라고 반짝일 테니. -55쪽

고민을 털어놓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그건 답을 듣고 싶은 게 아니라 말을 하고 싶은 거다
고민을 듣는 나는 애써 답을 내놓지 않아도 된다. 답은 그 사람 스스로 실토한다. -109쪽

몰라서 묻는 것이 인생이고
알면서 묻는 것이 사랑이다
나를 사랑하니? 얼마만큼 사랑하니? 사랑이 식지는 않았니?
몰라서 묻는 질문엔 누구나 다 아는 대답을 해서는 안 되지만, 알면서 묻는 질문엔 누구나 다 아는 그 대답을 해야 한다. -121쪽

사막을 걷는 낙타의 표정과
사막을 건넌 낙타의 표정은 같다
낙타에게 인생이 뭐냐고 물으면 눈만 껌벅거릴 뿐 대답은 없다. 인생이 고생이라는 걸 다 알지 않느냐는 표정이다. 남보다 열 시간 더 일했다고, 백 걸음 더 걸었다고 힘들어 죽겠다는 표정 짓지 마라. 나만 힘들게 사는 건 아니다. -155쪽

내가 버스를 놓친 게 아니라
버스가 나를 놓친 것이다
나를 버리고 간 버스 뒤통수에 대고 욕하지 말고, 나라는 괜찮은 손님을 놓친 버스를 위로하라. 면접에서 나를 떨어뜨린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의 불운을 위로하라. -222쪽

인생은 지하철 2호선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은 기점도 종점도 없는 순환선이다. 역은 모두 쉰 개. 내가 너보다 다섯 역 뒤에서 달린다면, 내가 너보다 마흔다섯 역 앞에서 달리는 거다. 인생도 순환선이다. 앞은 앞이 아니고 뒤는 뒤가 아니다. -293쪽

끝은 아쉬운 말이 아니라 설레는 말이다
가을 끝에 첫눈이 있고, 사춘기 끝에 첫사랑이 있고, 백수 끝에 첫 출근이 있다. 모든 ‘끝’은 자신이 있었던 자리에 ‘첫’을 데려다 놓고 떠난다. -345쪽

나의 삶을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럴 때도 아니다. 나의 삶은 두근두근 진행 중이다. 내일 오후 또한 나의 삶인데 나는 나의 내일을 모른다. 그러니 죽는 날까지 나를 요약할 수 없다. 만약 나를 요약한 한 문장이 쓰인다면 그건 내가 죽은 후의 일일 것이다. 나 아닌 누군가가 글을 쓰고 문장 끝에 마침표까지 찍겠지. 나의 관찰도, 나의 성취도, 나의 실패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닫는 글(347쪽)

 

 

 

인생을 건너는 한 문장 | 정철 - 교보문고

인생을 건너는 한 문장 | 우리의 오늘이 한 문장이 된다면? 카피라이터 정철이 고르고 쓰고 지우며 꾹꾹 눌러 담은 마침표가 없는 인생 한 문장언제나 ‘사람’을 먼저 이야기하고, 문장으로 사

product.kyobob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