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의 대통령 당선은 ‘정치적 사고’였다. 표를 준 유권자들도 그가 이토록 무지하고 무능하고 포악한 사람인 줄은 몰랐다. 윤석열은 ‘도자기 박물관에 들어온 코끼리’와 같다. ‘의도’가 아니라 ‘본성’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다. 도자기가 깨지는 것은 그의 의도와 무관한 ‘부수적 피해’일 뿐이다. …도자기 박물관에 들어간 것은 코끼리의 잘못이 아니다. 거기 들어가게 한 사람들이 잘못했다. 국민의힘 정치인과 당원, 윤석열을 공정과 상식의 화신인 양 찬양했던 언론 종사자, 거짓 기사에 속아 표를 준 유권자들은 남들보다 큰 책임감을 느껴야 마땅하다. 하지만 국힘당 정치인과 당원들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대다수가 여전히 윤석열을 지지한다. 언론인이라는 명함으로 정체를 가린 신문 방송 종사자들은 총선에서도 최선을 다해 국힘당을 편들었다. 그러나 유권자는 그렇지 않았다. 2022년 3월 9일 윤석열 후보에게 표를 주었던 유권자의 일부는 2024년 4월 10일 야당 후보에게 표를 주었다. ‘정치적 사고’의 책임이 자신에게도 있음을 인정하고 사태를 바로잡으려 했다. 그 때문에 그의 운명은 위태로워졌다.
-본문 중에서
그놈이 그놈’이란 말은 입에 담지 말자. ‘누가 해도 똑같다’는 말은 틀렸다. 어떤 사람이 권력을 쥐느냐에 따라 사회의 상태와 국민의 삶은 크게 달라진다. 누가 다스려야 하는가? 플라톤의 질문은 의미 있고 중요하다.
-본문 중에서
아모스와 고블린의 권력 상실 과정과 상실 이후의 삶을 결정한 것은 인간의 윤리 도덕이 아니라 알파 메일에게 보안관 행동을 기대하는 침팬지 무리의 생물학적 본능이었다. 권력과 관련하여 인간이 형성한 윤리 도덕은 호모사피엔스와 침팬지가 공유한 본능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그 본능의 유전자는 두 종의 조상이 갈라진 6백만 년 전에 이미 자연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의 기원은 분명 인류 역사보다 오래되었다.
인간은 윤리 도덕을 무(無)에서 창조하지 않았다. 자연이 준 능력이 있었기에 문명의 규범을 세울 수 있었다. 본능은 끈질기고 힘이 세다. 역사의 시간에는 사라지지 않는다. 명색이 인문학도인 내가 생물학으로 권력자의 앞날을 점치고 있다. 하지만 나만의 잘못은 아니다. 어떤 인문학자도 21세기 대한민국에 이런 유형의 알파메일이 등장할 가능성을 경고하지 않았다
-본문 중에서
민주주의는 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윤석열은 제도만능주의를 경계하라고 가르쳐 주었다. 국가는 추상적인 존재다. 정부도 그렇다.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정부를 이루는 사람들이다. 국가의 수준은 정부의 수준이 좌우하고, 정부의 수준은 정부를 구성하는 사람의 수준이 결정한다. 대통령 중심제인 우리나라의 정부 수준은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 자신이 어떤 수준이며 어떤 수준의 사람들을 정부에 기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윤석열은 정부를 자신의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도 인간 윤석열 수준으로 내려앉는 중이다. 대한민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판도 함께 녹아내린다.
-본문 중에서
언론은 2월 여론조사의 추세를 근거로 삼아 민주당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못박으려 했다.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을 원인으로 지목해 이재명을 공격하고 민주당의 분열을 부추겼다. 중립 성향 비평가와 언론인들까지 가세해 민주당 위기론을 퍼뜨리고 이재명 사퇴 또는 2선 후퇴를 거론했다. 윤석열의 무능과 횡포를 심판하고 싶었던 시민들은 인간에 대한 불신과 환멸을 느꼈다. 이런 대통령과 여당을 지지하는사람이 이리도 많다니, 차라리 정치에 관심을 끊는 게 낫지 않을까 고민했다. 투표를 하면 뭐하나 낙담했다
-본문 중에서
출처 : 교보문고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 유시민 - 교보문고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 무도한 시대를 넘을 정치 비평의 품격 우리가 묻고 싶었던 것, 그리고 유시민의 답 윤석열은 임기를 마칠 수 있을까? 임기를 마치게 해도 대한민국 괜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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